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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모?먹

경주 명동 쫄면 (2022. 04. 03)

경주 여행 3일 차, 점심 메뉴로 경주 명동 쫄면을 먹기로 했다.

 

  사실 별 기대는 안 했었다. 어제 소옥에서 실망을 많이 한데다 저녁에 갔던 캠핑장에서 가까웠던 카페도 정말 실망스러워서 경주에 대해서 기대를 완전히 접었기 때문이었다. 이 집도 도착했을 때 이미 줄이 길어서 더더욱 어제 소옥의 웨이팅이 연상되며 실망을 할 준비를 한 상태였다.

 

  이 집의 웨이팅 시스템은 그냥 단순하다. 가게 앞에 있는 웨이팅 판에 이름과 사람 인원을 쓰고 그냥 주변에서 기다린다. 그러다 내 이름을 부르면 들어가면 된다. 이름 부르는걸 놓치면 어떻게 될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

 

  메뉴는 간단하다. 비빔쫄면, 유부쫄면, 오뎅쫄면, 냉쫄면. 가격은 각각 8000원으로 "쫄면 주제에 가격이 좀 있네?" 싶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경주 명동 쫄면은 이런 건방짐 정도는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 가게였다.

 

유부쫄면. 따뜻한 국물에 쫄면과 쑥갓, 유부가 올려진 쫄면.
비빔쫄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빔 쫄면 계통이긴 한데...

   일단 자리에 앉으면 육수를 한 그릇 주는데, 그 육수부터 범상치 않았다. 맛을 보니 멸치 베이스에 게와 무도 함께 넣은걸로 추정이 되는데 내가 소믈리에는 아니라서 그 이상은 추측이 힘들었다. 멸치의 잡내나 쓴 맛도 안 나는 걸로 봐서 멸치 똥도 제거한거 같았다. 개운한 멸치 국물과 게와 무의 풍미와 단맛은 이 집의 내공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 다음으로 위의 사진들을 보면 알겠따면 쑥갓도 정말 아낌없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느낌만 주려고 쑥갓을 몇 개 올린 그런 쫄면이 아닌, 정말 팍팍 쑥갓을 넣은 쫄면이라 쑥갓 향이 물씬 났다. 난 쑥갓을 좋아해서 이 점도 맘에 들었다.

 

  

  비벼진 상태의 비빔쫄면과 유부쫄면. 양도 결코 적지 않았다. 양 자체도 8000원을 받을만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랐던 사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비빔 쫄면은 달달하면서 새콤매콤한 그런 시판 양념이 들어간 비빔 쫄면을 생각하는데, 이 집은 그런 양념이 아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나름 3대천왕에도 나오고 수십년 경력이 쌓인 가게라서 그런지 직접 양념장을 만들었다는게 느껴졌다. 양념장 자체에서 고춧가루의 풋내 같은 것이 느껴졌고, 숙성된 양념에서 느껴지는 그런 맛도 조금 느껴졌다.

 

  양념의 맛을 평가하자면 적당히 매콤달콤하면서 고춧가루의 풋내가 조금 느껴지는 그런 양념이었다. 신 맛은 별로 못 느꼈던걸로 기억한다.

 

  유부쫄면의 맛도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워낙 육수 자체가 훌륭하다보니 쫄면이 정말 맛있었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둘이서 유부쫄면 하나 비빔쫄면 하나를 주문했는데, 우리 옆자리에 앉은 중년 부부 두 커플은 각각 비빔, 유부, 오뎅을 하나 씩 다 시키시더라.

 

평가 : 웨이팅은 당연하고, 개인적으론 이거 먹으러 경주에 올 의향이 있을 정도의 집이다. 쫄면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전국구 쫄면 맛집. 다만 웨이팅 자체가 불편한건 어쩔 수 없고, 가게가 협소해서 이 시국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먹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점수 : 4.6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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